조립PC 처음 맞출 때 부품 고르는 방법

조립PC 견적표를 받아 보면 부품 이름은 빼곡한데, 정작 어디부터 확인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저도 파일 작업용 PC를 맞출 때 저장 공간만 넉넉하면 될 줄 알았다. 막상 써 보니 여러 문서를 동시에 열고 압축 파일을 풀 때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속도도 체감에 큰 영향을 줬다. 부품을 하나씩 고르기 전에, PC로 자주 하는 일을 먼저 적어 두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부품보다 먼저 용도를 적어 두기
문서 작성과 인터넷 검색이 중심이라면 고가의 그래픽카드까지 넣을 이유는 적다. 반대로 영상 편집이나 게임을 자주 한다면 그래픽카드와 이를 받쳐 줄 전원 공급 장치에 예산을 더 배분해야 한다. 사진 수천 장을 옮기거나 큰 압축 파일을 자주 다룬다면 저장 공간과 작업용 여유 공간도 따져야 한다.
저는 용도를 ‘매일 하는 일’과 ‘가끔 하는 일’로 나눠 적는다. 매일 쓰는 프로그램이 쾌적하게 돌아가는 구성을 먼저 잡고, 드물게 하는 작업 때문에 모든 부품을 올리지는 않는다. 예산에는 본체뿐 아니라 모니터, 운영체제, 키보드 같은 항목도 포함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을 재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면 지출을 줄이기 쉽다.
호환성은 이 순서로 확인하기
CPU를 정했다면 메인보드의 소켓과 지원 CPU 목록을 확인한다. 소켓이 같아도 보드의 BIOS 버전에 따라 바로 부팅되지 않을 수 있으니 판매 페이지의 ‘지원’ 표시만 보고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메인보드 제조사의 CPU 지원 목록에서 해당 모델과 필요한 BIOS 버전을 확인하면 된다.
그다음은 메모리 규격이다. 메인보드가 요구하는 DDR 세대와 메모리의 DDR 세대가 같아야 한다. 메모리 두 개를 꽂을 계획이라면 설명서에 표시된 권장 슬롯도 미리 봐 둔다. 보통 슬롯 이름이 A2와 B2로 표시되지만, 실제 배치는 보드 설명서를 기준으로 잡는 게 정확하다.
케이스 크기까지 확인하면 의외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메인보드 규격이 케이스에 들어가는지, 그래픽카드 길이와 CPU 쿨러 높이에 여유가 있는지 확인한다. 저장장치는 M.2 슬롯의 지원 규격과 사용 가능한 슬롯 수를 살펴본다. M.2라는 모양이 같다고 모든 드라이브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전원 공급 장치는 부품의 예상 소비전력에 여유를 두고, 그래픽카드에 필요한 전원 커넥터가 있는지도 함께 본다.
조립할 때 자주 막히는 부분
부품이 도착하면 포장을 뜯기 전에 모델명부터 견적표와 대조한다. 메인보드를 케이스에 넣기 전 CPU, 메모리, M.2 저장장치를 장착하면 손이 덜 꼬인다. CPU는 표시된 방향에 맞춰 가볍게 내려놓고, 힘으로 눌러 끼우지 않는다. 쿨러에 서멀구리스가 미리 발라져 있다면 추가로 바르지 않아도 된다.
케이스에 메인보드를 고정할 때는 나사 구멍 위치에 맞는 받침대가 있는지 확인한다. 앞쪽 전원 버튼과 표시등 케이블은 작은 글씨 때문에 가장 헷갈리기 쉬운데, 이 부분은 메인보드 설명서의 ‘전면 패널’ 그림을 옆에 두고 꽂으면 빠르다. 팬 전원선과 그래픽카드 전원선도 빠뜨리기 쉽다. 커넥터가 끝까지 들어갔는지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한다.
전원을 넣기 전에는 포장 비닐이나 나사가 케이스 안에 남아 있지 않은지 본다. 모니터 케이블은 그래픽카드를 장착했다면 그래픽카드 출력 단자에 연결한다. 화면이 나오지 않을 때 메인보드 쪽 단자에 꽂혀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하다.
첫 부팅 뒤 확인할 것
전원이 켜지면 바로 운영체제 설치로 넘어가기보다 BIOS 화면에서 CPU, 메모리 용량, 저장장치가 모두 인식되는지 확인한다. 메모리를 꽂았는데 용량이 절반만 보인다면 전원을 끄고 메모리를 다시 장착해 본다. 저장장치가 보이지 않으면 슬롯 지원 규격과 장착 상태를 확인한다. 처음 켤 때는 메모리 점검 때문에 화면이 뜨기까지 평소보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운영체제는 공식 설치 도구로 만든 USB를 사용하고, 설치 대상 드라이브를 고를 때 용량을 확인한다. 기존에 쓰던 드라이브를 연결했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설치 과정에서 잘못된 드라이브를 지우면 파일을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설치 후에는 운영체제 업데이트와 메인보드·그래픽카드 제조사의 드라이버 설치를 마친 뒤 장치 관리자에서 인식되지 않은 장치가 없는지 확인한다.
자주 쓰는 문서와 사진은 PC 한 곳에만 두지 않는다. 새 PC가 잘 돌아가더라도 별도 저장장치나 평소 쓰는 백업 공간에 사본을 남겨 두면 부품 교체나 재설치가 훨씬 편하다. 조립PC는 최고 사양을 맞추는 재미도 있지만, 내 작업에 맞게 고르고 나중에 손보기 쉬운 구성이 오래 만족스럽다.
